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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물 안 개구리 사람만들기
작성자 한솔이 날짜 2022-03-06
이메일 edupia@gmail.com 조회 51
내용

나는 2020년, 고등학교에 갈 나이인 17살이 되기 바로 전 불투명한 미래에 겁먹어 단 3일 만에 유학을 결정하고 얼떨결에 피지에 오게 되었다. 남이 들으면 계획없고, 생각없이 산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조차도 가끔씩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정을 후회하는 것은 전혀 아닌데, 지금도 내 주위 친구들을 보고 느끼는 거지만 한국에 있는 것 보다는 미래가 더 밝아 보였고, 한국에 있을 때에는 초등학생 때 학교 대신 미술학원에 다니며 놓쳤던 공부를 다시 따라잡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내 적응력 하나를 믿고 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 피지에서의 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좋다.

그렇게 무작정 오게 된 피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우선 오자마자 맨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두통이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편두통을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한국보다 공기가 훨씬 맑아서 두통의 빈도가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학교생활 또한 나쁘지 않았는데, 수업이 영어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등수가 훨씬 잘 나왔고, 성적이 오르는 게 재미있었고, 현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초등학생 이후로 처음으로 반 1등, 전교 1등도 해봤다. 물론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에듀피아에서도 남쌤 여쌤께서 잘 챙겨주시고, 친한 친구, 언니들도 항상 잘 들어주어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좋아 보였던 내 유학 생활에도 위기가 찾아왔는데, 바로 코로나였다.

처음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피지까지 코로나가 퍼지고, 학교를 못 가는 기간이 1주에서 2주, 2주에서 한 달, 한 달에서 몇 달로 바뀌면서 외출도 못 하게 되면서 많이 힘들었었다. 2년 동안 학교에 못 간 날이 간 날을 넘어서 훨씬 많았는데, 그 2년 동안 집 안에 갇혀서 가족들도 못 만나고 너무 힘들었었다. 하지만 남쌤께서 학교에서 못 하는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도 많이 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서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개발하면서 코로나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며 지냈다.

피지에 온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수험생이 되었는데, 드디어 다시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피지에 온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코로나 때문에 피지에서 많이 해본 것이 없었는데, 이번에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지금까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뜩이나 나라도 좁은데 내가 나고 자란 곳을 벗어나 본 적도 많이 없고, 해외여행조차도 많이 안 가봐서 항상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피지에 오고 2년 동안에도 위의 이유 때문에 딱히 다르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여러가지 못 해본 활동들을 해보고, 경험하고, 대회도 참가하고, 학교 내에서 혼자서 맡은 일도 해내고, 사람들도 이끌어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얻고, 배우게 되었다. 2년 동안 못 했던 경험들을 채우기 위해 남쌤께서도 힘써주시고 계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서야 우물에서 벗어나 세상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에듀피아 졸업까지 짧으면 5달, 길면 7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 2년 동안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보고, 느끼고, 배우고, 추억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수험생이라 많이 바쁘지만, 남은 시간 동안 후회없이 불태우고 미련없이 떠나고 싶다. 불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되어 새싹을 틔우지 않는가.

지금은 많이 힘들어도 예쁘고 좋은 기억들이 쌓여 추억이 되니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